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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 산문집 - 비 오는 날 어느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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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란다. 어둡고 축축한 장마란다. 누군가는 비 오는 게 싫을 수도 있겠다만 난 좋다. 물론 그건 집에서 스탠드를 켜놓고 책을 읽거나 노래를 들을 때 정도만 좋은 것이지만 그래도 좋다. 우산을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을 보는 것도 좋고, 뜨끈한 커피 한잔과 같이 책을 읽거나 노래를 듣는 것도 좋다. 그리고 비가 오면 사람이란 동물이 은근히 감성적이게 변하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사무적이고 계산적인 내가 잠시나마 나 자신을 혹은 내 하루를 돌이켜 볼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좋다. 

어제는 잠도 오지 않고 빗소리와 음악속리가 섞여서 들리는 아름다운 하모니에 젖어 들어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어 본다. 바로 이문재 산문집이다. 내가 이 책을 왜 블로그에 적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늦게나마 책이 눈에 들어와서 이렇게 글을 적는 것에 대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전에 책 리뷰와 다르게 이번에는 작가의 프로필이나 책의 문채, 문법, 구성 따위는 죄다 접어 두고 순수하게 내 느낌 혹은 개인적인 추억을 말하려고 한다. 내가 여타 다른 책 리뷰와 다르게 적는 이유는 그냥 비 때문이라고 해두자. 토요일 할 일도 없고 추억이나 떠올리려 한다. 생각이나 해보려한다.




책은 2006년도 말에 출판되었다. 더럽게 오래된 책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 책을 읽다보니 난 그때 무얼 하고 있었나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학생이었을 것이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제는 너무 평범해서 기억조차 제대로 나지 않지만 그래도 지금의 나를 있게 했던 과거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여간 나는 이 책을 읽은 것은 군 시절이다. 개념 없기로 유명했던 내가 한 상병에게서 선물 받는 책이다. 즐겁게 읽었다. 수필, 에세이, 산문집을 좋아 하던 나에게 주는 한 상병의 선물이었다. 





다른 산문집이나 에세이 수필처럼 이 책 역시 작가의 생각이 잘 녹아들었다. 일상에서 있던 사소한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적혀있다. 총 4편의 주제를 가지고 책을 펴낸 작가는 정말로 작은 일상에서의 느낌들에 대해서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과 나도 이렇게 생각했는데……. 라는 동질감 그리고 조금은(?) 감성적일 수 있는 생각인 아... 혹은 휴... 정도의 혼자말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읽다보니 빠르게 읽었고, 하루만에 완독을 했다. 어떻게 군 시절 이등병이 이 책을 하루 만에 다 읽을 수 있었냐고? 2년이나 지난 이야기 이지만 난 개념없기로 유명했고, 나의 무 개념이 은근히 매력이 있었는지 나를 좋아 하던 선임들의 특별한 배려로 사무실에 내려가서 주말내내 책만 읽었으니까...




내가 책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을 추적하는 것은 어쩌면 이 책만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아마 당시에도 그랬을 것이다. 물론 이 책에는 과거에 대한 회상과 같은 부분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은 바로 너무나 일상적인 이야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처음에 책을 읽었을 때에는 군인이었다. 개념이 없었다고는 하나 이등병이었고, 욕도 많이 먹었고, 사회에 대한 그리움도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사회의 “본래 나”를 잃어버린 듯 한 느낌이 들어서 그걸 회상하고자 추억하고자 그랬던 것이 이렇게 표현된 것이었으랴...

다시 어제로 돌아와 군 시절을 추억하고 있는 것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한 기억 속에 남은 책 한권에 대한 애착이나 추억이 강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 책 묘한 매력 있다. 나도 그랬지만 이 책을 선물로 준 그 상병 지금의 친구도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라고 했겠지만 말이다. 

지금은 비가 멈추었다. 소리도 나지 않는다. 기계적인 웽웽거리는 노트북의 소음과 딱딱한 둔탁한 느낌의 키보드만 자리 잡는다. 이런 날에는 손으로 글자를 쓰고 그걸 만인이 보는 게시판에 압정으로 박아 넣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래 그렇다. 지극히 감성적인 이 시간……. 이 책 매력이 있다. 무언가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