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전 글 보기

HP의 PC사업부분 왜 접어야 했을까?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내가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시절 IT업계에 종사하는 아버님 덕에 일반 가정집 치고는 컴퓨터를 상당히 빠른 시기에 구입했었다. 이름도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당시에는 486이라고 불리는 컴퓨터를 들고 오셨던 것 같다. 물론 내가 하는 것은 단순한 게임 정도 였지만 당시에는 엄청나게 재미나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의 나는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고 집에서는 LG PC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486 PC와 지금의 노트북 PC 사이에는 수많은 컴퓨터가 있었고 그 중에는 조르고 졸라서 산 HP의 PC도 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HP에서 만든 제품들은 매우 훌륭한 제품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었고 실제로도 좋았다. 복사기, PC, 프린트 등 다양한 사무용 기기를 만들었고 그 결과 HP는 PC 브랜드 랭킹1위(컴팩을 인수한 후의 사건)를 달리고 있었다. [아직도 나는 HP의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다.]


쳇 버린 노트북 따위!!


그런데 얼마 전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만큼이나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 졌다. HP가 PC산업에서 손을 놓겠다는 것이었다. PC사업 부분뿐 아니다. 모바일 사업부분에서도 분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팜을 인수하고 "터치패드"까지 만들 정도로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듯 보였는데 대체 왜 이 두 사업부분을 포기하고 소프트웨어 개발부분을 강화하는 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PC사업 부분과 모바일 사업부분에 대한 분사의 이유는 조금 다른 것처럼 보인다.




BCG 매트릭스로 보자면 HP에게 PC/노트북 산업은 분명 Cash Cow 였을 것이다. 든든한 현금 줄을 왜 버려야 했을까? 어떻게 보면 그것이 Cash Cow(이하 캐쉬카우)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BCG 매트릭스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이 필요할 듯 하다.

BCG매트릭스
- 1998년에 한 컨설턴트가 제안한 마케팅 분석기법으로 사업성장률(y), 시장점유율(x)을 분할 하여 기업의 사업적 수단이나 전략 등을 분석하는데 사용된다.


캐쉬카우는 이 가운데 좌측 구석에 위치하여있다. 위 이미지를 본다면 사업성장률을 낮은데 시장점유율은 높아 고수익을 가져다 주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사업성장률 즉, 발전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큰 투자나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업분야 이다. 바로 HP입장에서는 PC/노트북 산업이 그러했을 것이다. 어차피 하드웨어 적인 발전은 이미 적당한 수준 까지 왔다고 보여진다. 무어의 법칙이 황의 법칙으로 다시 황의 법칙이 무어의 법칙으로 변화할 시기가 온 것 같다는 이야기 이다. HP도 그 부분을 고려하여 발전가능성이 없는 사업분야를 철수하고 아직까지는 발전가능성이 높은 소프트웨어 개발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하는 것이 이번 사업철수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 위에서 언급한 고수익은 순이익이 아니라 매출이익으로 HP의 PC산업이 매출이익으로는 막대한 이익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순이익을 갉아먹는 주범이라고 생각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아마 이러한 이유도 PC사업을 철수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투자 개발이 적은 사업을 철수할 필요가 있을까? 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사업체를 운영하고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업계1위다 보니 그 수요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타 업체보다 더 많은 생산 비용이 들어갔을 것이다. 물론 그 비용이 더 큰 이익이 되어 돌아 온다고는 하나 초기에 막대한 비용과 그 개발 까 지의 시간이 많이 걸리는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훗날의 더 큰 수익을 위해서 소프트웨어 사업을 선택했을 것이고 말이다.



그럼 모바일/타블릿 시장은 왜 포기한 것일까? 앞서 말한 PC/노트북 사업 철수를 소프트웨어 사업을 위한 철수라고 본다면 모바일/타블릿 사업은 이미 엄청난 경쟁사들이 있고, 또 그 시장에서 생존할 자신도 없기 때문에 포기한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HP의 야심작 터치패드땡 처리가 된 지금에서야 집중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하지 않았는가?

팜을 12억 달러에 인수하고 올해 7월에 새 스마트폰인 비어(Veer)와 터치패드를 출시했지만 반응은 아이폰4, 갤럭시S2에 밀려 시큰둥했고, 그 결과 도약을 바랬던 HP의 매출은 정체현상이었다.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IT시장에서 매출의 정체는 상대적인 매출하락의 요소와도 같은 것이다. 삼성은 TV분야에서 죽 쒀먹었는데도 스마트폰으로 충분히 커버를 쳤고 애플 역시 법정소송 이미지 이따위 것과는 무관하게 매출은 증가 했다. (구글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HP가 생산한 IT디바이스의 대체재만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

여러 부분에서 보았을 때 HP는 사업에 대한 매력도를 잃었을 것이고 그 결과 BCG매트릭스 상에서 DOG정도로 보았을 것이다.

스타2 GG칠 만한 상황...


하지만 나의 생각HP가 근시안적인 사고로 사업을 너무 빨리 접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PC사업에 대해서는 적당한 이유와 핑계거리가 될 수 있지만 모바일 타블릿 시장 부분에서는 물음표를 던지고 싶다.

HP가 모바일 시장에서 진입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하나의 사업이 특히 이렇게 규모가 크고 다양한 경쟁업체가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2년이란 짧은 시간에 사업의 승패를 판단할 수 없다. 최초 구글이 모바일 OS를 만든다고 했을 때 실패할 것 같다며 초기 안드로이드 휴대폰 생산을 거부 했던 삼성, LG......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안드로이드는 크게 성장했다. 물론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빠르게 성장하긴 했지만 이러한 예는 다양한 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근시안적인 사고와 판단으로 너무 쉽게 모바일 사업분야를 접은 것은 약간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거기다가 OS사업에 ALL-IN 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윈도우, 안드로이드, iOS와 같은 굵직한 것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그 성공여부 역시 미지수 이다. 기업의 이미지 브랜드 네임이라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즘 시장에서 HP는 디바이스 제조사로 이름을 날렸고, 이제 그 이미지를 바꾸려고 한다만 이미 각인되어 있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기에는 엄청 어려울 것이다. 거기다가 많은 기업 및 언론들도 HP의 이 같은 행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 터라 무거운 추를 하나 더 달고 걸어나가야 할 것이다.

언론들이 바라보는 HP

비즈니스 인사이더: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아포테커 최고 경영자가 HP를 지휘할 능력을 잃었다.", "“아포테커 회장 취임 후 강도 높은 조직 개편에도 불구하고 결국 엄청난 구조조정을 맞이한 HP에 대해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와 마크 허드 전 HP 최고경영자는 웃음짓고 있을지 모르겠다”



HP의 PC사업이나 모바일 사업 분야 철수가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간에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우리는 이제 던져진 주사위가 높은 숫자를 가리킬 것인가? 아니면 낮은 숫자를 가리킬 것 인가? 지켜보는 수 뿐 없다. HP입장에서는 분명 높은 숫자가 나오길 바라며 또 그렇게 노력을 해야만 할 것이다. 변화에 가장 탄력적으로 반응하는 시장이 IT시장인 만큼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최고의 결과물을 내놓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외면할 것이 뻔하다. 앞으로 HP의 행보가 기대된다.